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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개미의 기록: 독서, 일상🐜
일개미의 생활 ∙̑◡∙̑/일기

4. 집을 샀다

by 짝은개미 2021. 5. 16.

집을 샀다.
진짜 집이다.

입사와 동시에 집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입사 초엔 아직 모아놓은 돈도 없고 대출도 많이 나올 리 없어 급하게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작년엔 부모님이 그래도 정부가 집값이 잡힐 거라고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다. (부모님은 이 부분을 크게 후회하신다.)
그리고 올해 나는 그냥 집을 샀다.

약 3주 동안은 잠을 설쳤다.
어디를 사야 하나, 대출은 얼마큼 받을 수 있을까,
혹시 금리가 오른다면 얼마나 타격이 클까를 계산하느라 온 신경이 집을 향했다.

나는 실수요자다.
현재 회사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으며 앞으로 2년을 더 지낼 수 있다.
본가는 강북, 회사는 화성 시골이라 본가에선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원래는 내년에 전세로 자취를 하려고 했다.
나는 서울에 살고 싶었고, 서울에 살면서 회사 통근을 하기 위해선 남쪽에 살아야 했다.
전세가 쌀 리가 없었다.
그래서 어차피 전세자금 대출받을 거 주담대를 받아서 집을 사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집은 훨씬 비쌌고, 나는 가난했다.
내가 살고 싶은 곳은 곧 모두가 살고 싶은 곳이었고 그래서 너무 비쌌다.
회사 사람들은 기숙사에 더 살 수 있으니 그냥 갭투자를 하라고 권했다.

내키지 않았다.
멍청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결국 내가 언젠가는 들어갈 집이 필요한 건데 갭투자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집보다 더 비싼 집을 구입했을 때 나중에 차액만큼 빚을 감당하면서까지 살 자신이 없었다.
평생 세만 주고 실거주도 못해볼까 봐 걱정됐다.

욕심도 많았다.
영끌이 아니고 적당한 대출로 무리 없이 실거주를 하되 집값이 떨어지진 않을 곳을 원했다.
아무리 실수요자라도 자신이 자산가치가 줄어들길 바라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
지하철 노선을 따라 한참 집을 찾아봐도 너무 비쌌다. 나 빼고 다들 부자인 것 같았다.

그러다 수원까지 와 버렸다.
그리고 내년 8월 입주 예정인 아파트로 계약해버렸다.
약간은 충동적이기도 했다.

수원은 본가랑 멀어 내가 실거주 지역으로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곳이다.
그냥 가격 타협하고 보다보니 수원까지 가버린거다. (수원의 집값이 싸다는 건 아니다.)
너무 힘들어서 사 버린 느낌도 있다.
그만 알아보고 싶었다. 매일 밤 설치며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고 비싸서 또 좌절하기를 그만하고 싶었다.
몇몇 지인은 한두해 기다려보라고 했는데 수시로 나오는 대출규제 뉴스를 보면서 맘졸이기도 싫었다.

그래서 그냥 딱 수중에 든 돈으로 적당히 무리없이 살 수 있는 수원의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후련하진 않다. 기쁘지도 않다. 원하던 지역이 아니라서 그런가...

선배들은 집값이 오르면 저절로 사랑이 커질 거라고 했다.
다른 지인은 서울에 살고 싶으면 처음부터 서울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했다.
19평을 샀더니 조금 더 무리해서 큰 평수로 샀어야 했다는 말도 들었다. (나도 돈이 더 많았다면 그랬을 것이다.)
이런저런 말을 들으니 불안한 마음은 더 커지기만 했다.


가계약금을 걸었을때도 그냥 물려버릴까 고민했고,
계약금을 걸은 지금도 확신이 안 선다.

집을 사면 그간 했던 고민이 사라지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는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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